> 커뮤니티 > 칼럼마당
나무에서 사람으로 - 서종석
등록일
[2017-05-12] 조회수: 485
이름
[관리자] + -
나무에서 사람으로



서종석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이사 /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mail : jsseo@chonnam.ac.kr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주요 대선주자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을 장식하고,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유권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업계에서도 한 학회 주최로 4월 ‘제19대 대통령 후보의 농정철학 및 농정공약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유사한 전문가 토론회가 두세차례 더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궁금증이 생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데 왜 농업 관련 토론회에는 후보자가 직접 참석하지 않고 전문위원을 보낼까?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워낙 바쁘기 때문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때도 선대위원장이 아닌 전문위원들이 참석했으니까. 왜 토론회는 농민단체를 제외하고 전문가집단인 학회 주최로 열릴까? 농업공약 관련 토론은 왜 TV로 방영되지 않을까?

그간 농민들은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묵묵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 주곡인 쌀 관세화가 진행될 때 생산자들은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따랐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발생해 애써 키운 가축이 매몰 상황에 부닥쳤어도 군말 없이 순응했다.

농업이 처한 환경은 최근 급격하게 악화했다. 농업의 존재의의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농민들 스스로 힘들다는 속내를 마음속으로만 아우성쳐왔다. 먹을거리는 외국에서 저렴하게 수입하면 된다는 오만한 소리를 쏟아내며 농업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일부 산업계의 목소리는 농업계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충분하다.

농업계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호흡하는 사람(human)으로 인식되길 바랐는데, 그동안의 결과는 말을 안하거나 할 줄 모르는 나무(namuh·human을 거꾸로 씀)로 거꾸로 인식된 것처럼 보인다.

농업에 무관심하거나 어쩌다 관심을 두는 사람들에게 논밭과 숲은 평화롭게 보인다. 풀과 나무들, 작은 나무들과 큰 나무들이 조화롭게 삶을 영위한다. 모두 해마다 싹이나 움을 틔우고 새로운 가지를 뻗치면서 죽지 않고 의젓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킨다. 내부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이 있지만 모두가 지키는 철칙이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잎은 떨어뜨리지만 본체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이 자주 찾는 등산로에서 흙이 없어도 맨 뿌리를 내놓고 아슬아슬하게 서서 살아 견디는 나무들을 떠올려보자. 중장년나무부터 고령나무에 이르기까지 나무들이 버티는 이유는 하나다. 옆의 다른 나무들이 넘어질까 봐.

이제는 논밭과 산에서 쓰러지는 풀과 쓰러지려는 나무를 대변해서 말할 입이 필요하다. 스스로 농업계의 소식과 실상을 전달하고 설득하면서 나무(namuh)가 아닌 사람(human)으로 대접받기 위해서.

우리 농업은 앞으로 20~30년간 인구학적 입장에서 커다란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터져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조화시킬 매체가 필요하다.

활자매체뿐 아니라 방송매체로의 외연 확장은 소비자와 정책 담당자들에게, 농업의 전방산업인 식품업계와 후방산업계에 농업계의 현황이 실시간으로 교류되는 네트워크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는 농업계를 대변하는 방송매체를 통해 농업공약 토론회를 보고 싶다.


* 본 칼럼은 농민신문 2017년 5월 1일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첨부파일
이전 리스트 다음
[COMMENT](300Byte 이내)
Id :     Passwo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