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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마음을 얻는 게 먼저다 - 위태석
등록일
[2018-02-23] 조회수: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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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마음을 얻는 게 먼저다



위태석
위태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
E-mail : wts@Korea.kr


산지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구매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농산물 생산이 중요하다. 하지만 농산물의 일차적 구매자는 90% 이상이 유통업자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물론 유통업자의 마음을 얻는 것도 산지의 경쟁력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는 농산물을 구매할 때 농산물 그 자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품질 속성을 주로 평가하는 반면 유통업자는 그러한 농산물의 거래와 관련된 조건까지 평가한다. 이러한 조건은 유통업자의 사업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출하자가 철저한 선별을 통해 균일성을 확보하고, 계획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출하해 주는 행위는 구매와 판매 행위를 반복하는 유통업자의 수익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농산물 그 자체의 품질이 동일하더라도 이러한 조건의 정도에 따라 유통업자는 다른 평가를 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조건에 대해 유통 경로별로 각각의 유통업자가 요구하는 수준은 조금씩 다르다. 유통 경로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의 판매 경로는 크게 도매시장 유통, 소매점 등과의 직거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형소매점, ‘정시·정량’ 가장 중요

1990년대 이후 급격히 확산된 대형마트 등 대형 소매점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구매와 판매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구매·판매 행동은 유통방식의 변화를 초래했다. 이처럼 새롭게 나타난 유통업태들이 초래한 새로운 유통방식을 우리는 신 유통이라 부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전에 판매계획을 바탕으로 계획적인 구매를 추진하는 경향이다. 한마디로 신 유통은 구매와 판매가 계획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이들 소매점 등은 안정적인 구매를 위해 소위 4定(定시·定량·定가격·定품질)을 중시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구매 날짜(정시)와 구매 수량(정량) 조건이 구매 가격(정가격)과 구매 품질(정품질)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시되는 경향이다. 왜냐하면, 사전에 수립된 계획에 따라 반드시 농산물을 확보하려면 중시되는 조건이 정해진 구매 날짜와 정해진 구매 수량은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매점 등에 대량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농가의 조직화를 통한 산지 규모화가 필수적이다. 간혹 농가 조직화 과정에서 품질의 불균일성 문제가 지적되는 경우가 있으나, 예정된 날짜에 예정된 구매 수량 확보를 위해 다소간의 불균일성 문제는 허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구매의 계획성을 중시하는 대형 소매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가의 조직화를 통한 규모화가 절대적인 산지경쟁력의 조건이 된다.


도매시장서는 ‘품질 균일성’ 중시

이에 반해 도매시장에서의 거래 단위는 소량이다. 이는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출하자와 중도매인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이다. 가령 2017년 가락시장의 K도매시장법인의 경우 건당 평균 거래금액은 약 32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K도매시장법인의 경우 거래 단위 기준 공동선별·공동출하 비중은 약 10%로, 개별 출하자가 약 90%를 차지했다. 특히 중도매인의 상당 부분은 그날그날의 수급 실세를 고려한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다. 이는 계획적인 구매를 필요로 하는 대형 소매점 등과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매시장에서는 정시·정량 조건보다는 품질의 균일성 조건을 훨씬 중시하는 경향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도매시장 출하 시 철저한 선별을 통해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산지의 절대적인 경쟁력을 결정짓는 조건이 된다. 도매시장 종사자가 공동선별·공동판매보다 개별선별·개별판매를 더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구매의 계획성을 중시하는 소비지 유통 주체가 점차 증가하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경우 거래량 자체도 도매시장에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품질의 균일성을 바탕으로 한 산지의 조직적 규모화의 필요성은 앞으로 점차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이 원하는 농산물이 1등 농산물

1990년대 이후 농산물 유통환경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판매의 패러다임도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농산물 시장을 둘러싼 환경변화에도 불과하고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던 시대의 판매 방식을 고수하는 농업인도 적지 않다. 간혹 농업인들과 만나보면 “내가 생산한 농산물이 최고인데 시장이 알아주지 않아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농업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농산물 품질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생산자가 아니라 구매자라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구매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농산물이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아무리 훌륭한 농산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구매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훌륭한 농산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훌륭한 농산물이란 무엇일까? 가령 도매시장에서 최고 가격을 받는 농가들은 자신이 출하한 농산물이 어떻게 유통되고, 유통과정에서 자신의 농산물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생산과 출하관리에 반영하는 노력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훌륭한 농산물이란 시장이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함으로써 시장이 선호하는 상품이며, 이것이 1등 농산물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다시 한번 시장의 마음을 얻기 위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 본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8년 1월 30일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출처 :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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