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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이 농업에 주는 교훈 - 김동환
등록일
[2017-12-22] 조회수: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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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이 농업에 주는 교훈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서울대 농과대학 졸업 / 미국 위스칸신대 경제학 박사
E-mail : dhkim@anyang.ac.kr


소비자의 비합리적 심리까지 파악해 농식품 소비촉진·농촌관광 전략 짜야


2017년 노벨경제학상은 행동경제학의 대가인 미국 시카고대학의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 교수에게 돌아갔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인간의 비합리적이며 비이성적인 경제행동에 주목해서 괄목한 만한 업적을 쌓은 그의 공로가 인정됐다.

최근 인간의 심리를 경제행동에 적용시키는 행동경제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완벽히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에서 모든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효용을 극대화시키고 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시킨다’라는 준칙 아래 균형점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수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반드시 합리적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실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경제행동을 실험적인 연구방법으로 탐구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도출한 소비심리 중 농식품 마케팅에 활용할 만한 것을 두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어떤 대상을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객관적인 가치 이상을 부여하는 소비심리가 있다. 일단 어떤 상품을 체험해서 마음에 들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심리를 말한다. 또한 처음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돼 나중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도 있다. 예를 들어 최고급 상품에 초고가를 매기면 그다음 품질의 상품에 어느 정도 고가를 매겨도 소비자의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세일러 교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활용하기 위해 넛지(Nudge)라는 기법을 제안하고 있다. 넛지의 원래 의미는 남의 옆구리를 쿡 찔러서 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것이다. 넛지 이론은 자유주의적 간섭주의, 즉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쓰이며, 인간의 소비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구매의사를 묻는 것만으로도 구매율을 35%나 더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전통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구매의사를 묻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데 실제로는 그러한 사소한 것들이 구매행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구내식당의 음식을 재배열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음식의 소비가 25%씩 증가하거나 감소했다. 다시 말해 상품 그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정황 또는 맥락(context)의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소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넛지 이론은 농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우리 농업 종사자들은 지나치게 전통경제학의 패러다임에 함몰돼 소비자들의 섬세한 심리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지나치게 가치 증진 혹은 가격 할인이라는 비효율적인 방식에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소비자 심리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상품 진열·표시·포장·안내판 등을 간단히 변화시킴으로써 국내산 농식품 소비를 확대시킬 수 있다. 농식품 판매뿐 아니라 농촌 관광·체험 등에서도 넛지 기법을 활용하여 방문객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 농업 종사자들은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은 물론 비합리적인 심리까지도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본 칼럼은 농민신문 2017년 11월 8일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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